불이 꺼지는 순간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의외로 차분히 멈춰 서는 것이다. 어두운 집에서 서두르면 다치기 쉽고, 냉장고 문을 습관처럼 열면 식품이 빨리 상한다. 정전이 났을 때 어떤 순서로 점검하면 좋은지, 조명과 연락, 냉장고 순으로 정리했다.
어두운 곳에서는 넘어지거나 부딪혀 다치는 일이 가장 흔하다. 정전이 나면 먼저 제자리에 멈춰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길 기다리고, 가스레인지 불이 켜져 있지 않은지 확인한다. 아이와 어르신이 있다면 이동하기 전에 손을 잡고 위치를 알려 주자.
“ 첫 번째, 조명을 확보한다
손전등이 가장 안전하다. 촛불은 정전 중 화재의 원인이 될 수 있어서 쓰지 않는 편이 좋다. 손전등은 여분 건전지와 함께 현관과 침실 가까운 곳에 두고, 휴대전화 조명은 배터리를 아끼기 위해 꼭 필요할 때만 켠다. 비상가방을 싸 두었다면 그 안의 손전등을 꺼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한국전력공사 고객센터나 관리사무소처럼 정전 원인을 알려 주는 곳이 있다면 번호를 미리 저장해 두면 좋다. 우리 집만의 문제인지 건물 전체의 문제인지 구분하려면 분전반의 차단기가 내려갔는지 먼저 보고, 이웃집도 불이 꺼졌는지 확인하면 된다.
“ 두 번째, 연락 수단을 정한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정전 때 가장 빨리 부족해진다. 보조배터리는 미리 충전해 두고, 여분 케이블도 함께 챙긴다. 건전지로 켜는 소형 라디오가 있다면 재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가족이 흩어져 있다면 문자로 간단히 안부를 남기고, 급하지 않은 통화는 줄여 배터리를 아끼는 것이 좋다.

가전제품은 복구 때 한꺼번에 켜지면서 과전류가 걸릴 수 있다. 오래 이어지는 정전이라면 사용 중이던 전기 기구의 전원을 꺼 두고, 불이 들어온 것을 확인한 뒤 하나씩 켜는 것이 좋다. 전기난로나 전기장판처럼 열이 나는 기구는 특히 주의해서 꺼 둔다.
“ 세 번째, 냉장고 문을 닫아 둔다
정전 중에는 냉장실과 냉동실 문을 최대한 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는 실내 온도와 냉장고 단열 상태, 식품의 양, 문을 여닫은 횟수에 따라 달라서 시간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다만 가득 찬 냉동실은 얼어 있는 식품끼리 냉기를 붙들어 주기 때문에 빈 공간이 많은 냉동실보다 더 오래 차가운 상태를 유지한다.
“ 온도 기준으로 판단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중독 예방 수칙은 냉장 보관을 5도 이하, 냉동 보관을 영하 18도 이하로 안내한다. 식중독균이 잘 자라는 위험온도대는 대략 4도에서 60도 사이이고, 조리한 음식은 2시간 안에 먹는 것이 좋다. 복구된 뒤에는 식품용 온도계로 온도를 재서 이 기준과 비교하고, 냉동식품에 얼음 결정이 남아 있는지도 함께 살핀다.

실내에서 숯이나 캠핑용 난로,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난방이나 조리를 하는 것은 일산화탄소 중독과 화재의 위험이 있어 피해야 한다. 추운 계절에는 옷을 겹쳐 입고 담요로 체온을 지키는 방법이 가장 안전하다. 환기가 되지 않는 공간에서 불을 쓰는 방법은 어떤 경우에도 권하지 않는다.
“ 버릴지 말지 애매할 때
고기와 해산물, 유제품, 계란, 조리해서 남긴 음식은 온도가 올라갔다면 먼저 버리는 쪽을 고려해야 한다. 냄새나 겉모습만으로는 안전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애매하면 맛을 보지 말고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정전이 시작된 시각을 휴대전화 메모에 적어 두면 나중에 식품 상태를 판단할 때 기준이 된다.

정전이 자주 있는 지역이거나 겨울철 한파가 걱정된다면, 평소에 냉동실을 가득 채워 두는 것도 방법이다. 빈 칸에는 얼린 생수병을 넣어 두면 정전 때 냉기를 붙들어 주고, 식수로도 쓸 수 있다.
아파트라면 엘리베이터가 멈출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 두자. 고층에 산다면 정전이 길어질 때 물과 식량을 옮기는 일이 부담이 된다. 정전이 예고된 날이라면 미리 물과 식량을 집 안에 옮겨 놓고, 계단을 오르내릴 가족이 있다면 손전등을 하나씩 챙겨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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