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배낭을 싸 보겠다고 마음먹으면 막막한 건 물건의 종류가 아니라 순서다. 이것저것 넣다 보면 어느새 혼자 들기 어려운 무게가 되어 있다. 국민재난안전포털의 안내를 바탕으로 한 보도를 참고해, 무엇부터 넣고 무엇은 집에 남겨 둘지 순서를 정리했다.
가방을 둘로 나누는 것부터 시작
급히 집을 나설 때 메고 가는 대피용 가방은 2~3일분을 기준으로 한다. 집에 머무르며 쓰는 비축분은 따로 두고, 포털은 이쪽을 30일분까지 권하고 있다. 물과 식량을 3일치 전부 가방에 넣으려 하지 말고, 가방에는 최소한만, 나머지는 집에 두는 쪽으로 나누면 짐이 훨씬 가벼워진다.
가장 먼저 담을 다섯 가지
우선순위를 묻는다면 약, 서류, 연락 수단, 조명과 전원, 그리고 최소한의 물과 식량 순으로 정리할 수 있다. 약은 평소 먹는 약 7일분과 약 이름·용량·복용 시간을 적은 목록 사본을 함께 넣는다. 놓치기 쉬운 것이 종이에 적은 가족 연락처다. 휴대전화가 꺼지면 외워 둔 번호가 아니고서는 연락할 방법이 없어진다.

식량은 불이나 전기 없이 먹을 수 있고 상온에서 보관되는 것으로 고른다. 통조림이라면 수동 캔따개를 함께 넣어 두는 게 좋다. 가방 안의 물과 식량은 3일치를 다 채우려 하지 말고 이틀 정도를 목표로 잡은 뒤 부족분은 현지 지원이나 집 비축분으로 메우는 쪽이 현실적이다.
조명과 전원은 짝으로 챙기기
손전등은 여분 건전지와, 보조배터리는 여분 케이블과 같이 넣어야 쓸모가 있다. 정전이 길어지면 휴대전화 배터리가 가장 먼저 걱정되기 때문에, 건전지나 손으로 돌려 충전하는 소형 라디오를 하나 두면 재난 정보를 들을 수 있다. 호루라기와 튼튼한 신발도 목록에서 빠지기 쉬운 물건이다.
약은 평소 먹는 약을 며칠분 따로 소분해 두고, 처방전이나 약 이름을 적은 메모를 함께 넣어 둔다. 기한이 있는 약이라면 가방을 점검할 때 같이 바꿔 주는 것이 좋다.
서류와 현금은 방수팩에
신분증과 여권 사본, 주소를 증명하는 서류, 임대차 계약이나 등기 관련 문서의 사본, 보험증권 사본을 방수 지퍼백에 넣어 두면 대피 이후 행정 절차를 밟을 때 도움이 된다. 현금은 소액권 위주로 준비한다. 카드 결제망이 멈추는 상황에서는 잔돈이 큰돈보다 쓸모가 있기 때문이다.
무게는 가장 약한 가족에 맞추기
물 1리터는 약 1킬로그램이다. 하루 3.8리터를 기준으로 하면 1인 3일분 물만 약 11킬로그램, 4인 가족은 약 45킬로그램이 된다. 어린이나 어르신이 메기 어렵다면 가방에 넣을 물은 작은 병이나 파우치 몇 개로 줄이고, 나머지는 집 비축분으로 돌리는 편이 낫다.

가족 구성에 맞춘 추가 물품
가족 구성에 따라 목록이 달라진다. 영유아가 있다면 젖병과 분유, 이유식, 기저귀를 챙겨야 하고, 어르신이 있다면 여분의 안경이나 보청기와 그에 쓰는 건전지가 필요하다. 반려동물이 있다면 목줄과 이름표, 사료, 이동장을 한 파우치로 따로 묶어 둔다. 가족이 흩어졌을 때 연락하는 방법과 만날 장소를 종이 한 장에 적어 가방에 넣어 두는 것도 잊지 말자.
목록을 만들었다면 마지막으로 가방을 직접 메어 보자. 집 안에서 계단을 몇 번 오르내려 보고, 가장 약한 가족이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지 확인한다. 이 과정에서 무겁다고 느껴지는 물건이 나오면 그때 줄여도 늦지 않다. 종이에 적은 목록 한 장을 가방 겉주머니에 넣어 두면, 반년 뒤 점검할 때도 빠진 물건을 한눈에 찾을 수 있다.
현관 옆에 두고 반년마다 열어 보기
가방은 열고 닫기 쉬운 현관 근처에 두되, 대피로가 되는 복도나 계단은 피한다. 햇볕이 들거나 열기가 있는 곳, 세제 옆도 좋지 않다. 유통기한과 약 상태는 최소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 대청소 때 함께 확인하면 된다. 이사를 하거나 가족이 늘었다면 그때마다 목록을 다시 맞춰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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