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할인 전단을 보면 일단 많이 사 두고 싶어진다. 그런데 냉장고 구석에서 기한이 지난 우유를 발견한 경험이 있다면 쟁이기가 늘 이득은 아니라는 걸 안다. 쟁여 두면 든든한 품목과 후회가 남기 쉬운 품목을 기한 표시 기준과 함께 나눠 봤다.
유통기한 대신 소비기한, 무엇이 달라졌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1월 1일부터 식품에 소비기한을 표시하도록 했다. 소비기한은 표시된 보관 방법을 지켰을 때 먹어도 안전에 이상이 없는 기한이다. 판매할 수 있는 기한인 유통기한과 달리, 먹는 사람 기준으로 정한 기한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일반 흰 우유 같은 냉장 우유류는 2031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식약처가 밝힌 설정 기준을 보면 유통기한은 품질안전한계기간의 60~70%, 소비기한은 80~90% 시점이다. 이를 환산하면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대략 1.1~1.5배 길다. 같은 식품이라도 표기가 달라질 수 있어, 쟁이기 전에는 포장의 기한 표기부터 확인하자.
쟁여도 되는 품목의 조건
보관 기간이 길고 상온에서 두어도 되는 품목이 대상이다. 즉석밥, 통조림, 건조 식품, 휴지나 세제 같은 생필품이 해당한다. 평소에 꾸준히 쓰는 물건이라면 할인 때 한두 달치를 사 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쟁이면 후회하기 쉬운 품목
우유, 두부, 빵, 채소처럼 기한이 짧은 식품은 많이 사 둘수록 버리는 양이 늘기 쉽다. 식약처도 기한이 짧은 식품은 한 번에 많이 사기보다 적정량을 구매하라고 권한다. 개봉한 식품은 유통기한이든 소비기한이든 안전을 보장할 수 없으니 가능한 한 빨리 먹어야 한다.

모든 식품에 소비기한이 표시되는 것은 아니다. 맥주와 장류, 식초, 절임류는 품질유지기한 표시 대상이어서 소비기한 표시에서 제외되고, 식용얼음이나 식염은 제조연월일 표시 대상이다. 자연 상태의 식품은 계란을 제외하면 원칙적으로 소비기한 표시 대상이 아니라서, 채소와 과일은 겉모습과 보관 상태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기한 표시와 보관 조건은 한 쌍으로 읽기
소비기한은 표시된 보관 방법을 지킬 때만 유효한 기한이다. 포장 뒷면에 적힌 냉장, 냉동, 실온 같은 보관 조건을 같이 봐야 한다는 뜻이다. 상온 보관 식품이라도 직사광선이 드는 베란다나 열기가 올라오는 보일러실에 두면 기한 안이라도 품질이 떨어질 수 있다. 냉장 식품은 집에 가져오는 시간까지 계산해 되도록 마지막에 담고, 개봉한 뒤에는 기한 표기보다 개봉일을 기준으로 먹는 쪽이 안전하다.
보관 공간과 소비 속도부터 계산하기
할인가가 낮아도 냉장고와 수납장 자리가 없다면 쟁이기가 무리다. 한 달에 한 개를 쓰는 물건과 1년에 한 개를 쓰는 물건은 다르게 봐야 하고, 오래 둘 수 있는 생필품도 필요 이상으로 사 두면 현금이 재고에 묶인다. 간식이나 음료는 집에 쌓아 두면 더 자주 먹게 되어, 싸게 샀다는 이유만으로 생활비가 줄었다고 보기 어렵다.
비상식량을 겸해서 쟁이고 싶다면 즉석밥과 통조림이 가장 무난하다. 4인 가족이 일주일을 버티려면 즉석밥 56개, 통조림과 레토르트 56개 정도가 필요한 계산이라, 한꺼번에 사기보다 할인 때마다 몇 개씩 나눠 채우는 편이 기한 관리에도 좋다. 나눠 먹거나 냉동 보관이 가능한 식품이라면 계산이 달라지니, 구매 전에 냉동 소분이 되는지도 따져 보자.
포장에 적힌 소비기한은 개봉하지 않고 표시된 보관 방법을 지켰을 때의 기준이다. 개봉한 뒤에는 기한과 상관없이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좋고, 냉장 보관 식품을 상온에 오래 두었다면 기한이 남아 있어도 조심하는 편이 낫다.
장바구니에 담기 전 세 가지 질문
계산대에 서기 전에 세 가지만 떠올려 보자. 기한 안에 다 먹거나 쓸 수 있는가, 둘 곳이 있는가, 행사가 없었어도 샀을 물건인가.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자신 있게 답하기 어렵다면 그 물건은 쟁여 두기보다 필요한 만큼만 사는 쪽이 낫다.



















